대개 한약 처방을 할 때에는 기존에 있던 처방에서 환자분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약재를 추가하거나 맞지 않는 약재는 빼는 형식으로 처방을 구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중익기탕에서 녹용, 오미자를 추가하고 시호를 뺀다던지 하는 식으로 처방을 하게 됩니다. (보중익기탕 구성 - 황기, 인삼, 백출, 감초, 당귀, 진피, 시호, 승마) 하지만 본원에서는 환자에게 맞는 약재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선별하여 처방을 구성합니다. 즉, 모든 환자마다 그 분의 몸에 맞는 새로운 처방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부터 꼼꼼한 맞춤한약을 처방하기 위한 진료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환자가 들어올 때 얼굴색, 표정, 걷는 모습, 행동양상, 말투, 목소리의 크기 등을 보고 첫 느낌을 파악합니다. 이런 행위를 망진(望診)이라고 부릅니다. 망진을 통해서 환자의 성향, 현재 상태에 대한 큰 틀을 잡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사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입니다. 즉 타인과 만날 때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이런 행동을 통해 타인의 성격이나 감정상태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대신 한의사들은 훈련을 통해 처음 본 사람도 파악할 수 있도록 단련합니다. 고도로 훈련할수록 더욱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 서적을 통해 생리, 병리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항상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편견에 치우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겉으로 나타난 표정, 말투, 행동에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문진(問診)으로 들어갑니다. 문진은 말 그대로 환자의 증상 및 상태에 대해서 묻는 단계입니다. 망진을 통해 파악한 환자의 성향, 상태를 베이스에 깔고 구체적으로 아픈 증상과 부위에 대해서 묻습니다. 통증 양상, 정도, 악화요인, 호전요인 등을 통해 병의 성질에 대해서 파악합니다.
환자가 대답할 때 목소리를 잘 듣는 것도 진찰의 일종입니다. 그걸 '들을 문(聞)'자를 써서 문진(聞診)이라고 합니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소리가 나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은 그 증상의 소리도 자세하게 파악합니다. 대표적인 예는 기침과 호흡소리입니다.
기침소리가 크고 격렬하다면 기운의 유통에 문제가 생겨서 막힌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소통을 하며 하기(下氣-기운을 소통시켜 아래로 내리는 치료법)시켜줍니다. 공기가 기도 및 기관지로 들어가다가 충돌을 일으켜 위로 거슬러 오르는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하고 애처로운 소리가 난다면 폐의 기운이 많이 약해진 것이기 때문에 폐기능을 보강해주고 기운을 살려주는 치료를 위주로 하며, 소통과 下氣는 환자의 체력 상태에 따라 적절히 해줘야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맥을 짚습니다. 맥의 흐름을 통해 현재 병의 진행 상황, 통증의 정도, 환자체력상태 등을 자세하게 파악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여 진찰하는 행위를 절진(切診)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맥을 짚는 것이고 부은 부위를 눌러 보는 행위, 통처를 눌러서 통증 증감 유무를 파악하는 행위 등도 모두 절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망문문절의 네 가지 행위를 통해 환자를 파악하게 되면 환자의 성향, 체력, 감정상태, 병의 성질, 통증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현재 환자의 기운의 흐름이 자세하게 그려집니다. 그림이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환자의 파악을 잘 한 것입니다. 그리고 처방도 훨씬 편하게 나오고 효과도 좋습니다.
보통 체질에 맞는 한약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체질은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징을 말합니다. 널리 알려진 사상체질이나 팔체질은 체질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사람의 체질을 4개나 8개로 분류하여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마다 모두 체질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가족끼리도 성격, 체질, 잘 걸리는 질병도 제각각입니다. 사람의 체질은 개개인마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체질이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병에 따라 전혀 다른 치료를 해야합니다.